2009년 5월 20일

이 날은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가슴 벅찬 기억을 남겼다.

김구주석의 국민장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대통령의결코 아름답지 못한죽음에 대해 그야말로 생업에 바쁜 일반 민

중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조문과 슬픔 및 봉사활동들은한국을 일시적이나마 너나 없는 하나로 만들었고 정치문화적으로

는신선한 충격과 자긍심을 주기에 충분했다.

그러나 한편 우리 사회의 저급한 지역주의와 권위주의, 무엇보다 무지막지한 파당대결이 대통령으로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

었고, 힘없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다음엔 죽음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두터운 벽과 압박이었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.

양심에 따라 소신과 원칙을 지키기에는아직 우리의 환경이 성숙되지 못하였음이리라.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언론에 노출되

는 그 많은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의가면을 정당화해주어야 하는가? 또 우리 스스로의 가면을 합리화하여도 좋은가?

정치인의 언사로서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이는 도리어 자신감과 투명함의 반증이다. 어쩌면 기득권층과 주류

들의 위선과 가면에 대한독자적인 투쟁방식이었던 것 같다. 그러기에 水淸無魚라 했던가. 너무나 올곧고 맑기에 그 대가로 항

상 외롭고 힘든 삶을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바보 노무현. 마침내 탁류에 살던 잡식성 물고기가 풀어 놓은 깊은 가시와 오랏줄

에 걸려외로이 높은 바위에서홀로 산화하며그렇게도 그리던 맑은 세상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하였다.

이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? 진실과 정의, 평등과 검박. 무엇보다 옳지 못한 권력과 현실을 개혁하는

용기와 그러한 가치를 지키려는열정과 행동들일 것이다. 나 자신, 그리고 앞으로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될 내 주변의 학생들과

이 비감함을 나누며 오래도록 깊이 되새기고 싶다.

Posted by mr.pond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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